“머리만 아프면 속울렁거림이 동반돼요.
체하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때도 있고 두통하고 속 불편한 게 관련이 이 있는 건가요?”
가끔 환자분들이 저한테 물어보십니다.
머리 아픈 것 하고, 속이 안 좋은 것이 동시에 찾아올 때가 많았던 분들 꽤 되실 겁니다.
” 내과에서는 내시경이랑 다 해봤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거든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두통은 위 운동성 장애에 의한 증상이 될 수 있는가?’
라는 긴 제목의 논문입니다.
제목은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결론은 명확한 편입니다.
위장관의 기능 장애가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결론이거든요.
그리고 전체 비중으로 봤을 때는 26%
즉,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 5명 중 1명꼴로 머리가 아픈 것이 동반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랜 기간 소화 문제를 겪어 본 분들이나, 오랜 기간 머리가 아파 본 분들한테는
이런 논문의 이야기가 너무 당연하게 들리실 겁니다.
특히 저 26% 안에 들어가는 분들은요.
속이 막 안 좋고 불편하면 머리가 아파지고요.
머리가 막 아파지면 속이 울렁거리고 뒤집어지고요.
이 두 가지가 사실은 상호 연관해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시죠.
하지만, 때로 병원에 가서 물어보면 그 두 가지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핀잔을 듣거나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는 소리만 듣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우리의 인식 속에도 역시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도,
머리 아픈 건 신경과 속이 안 좋은 건 내과 각기 다른 곳으로 가서 고쳐야 되는 걸 거야.
하는 인식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수백 년 전 쓰인 의서에서는 이렇게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질병을 이미 기술해 놓았는데요.
이 질병의 이름은 “담궐 두통”입니다.
“원인”
동의보감에서는 소화장애와 두통이 거의 함께 붙어 다니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유는 바로 “담”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담이란 인체 내의 노폐물입니다.
아마도 담적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담적이라 하면 소화장애만 생각하시기 쉽습니다만, 이렇게 머리가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몇 가지 증상들을 동반하게 됩니다.
혹시 머리가 아프면서 속도 안 좋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체크를 해보세요.
- 두통
- 어지러움(어찔한 느낌)
- 메스꺼움
- 소화불량
- 가슴답답
- 가슴에 뭔가 걸린 느낌(매핵기)
- 입 마름
- 눈의 빡빡함
- 열이 위로 치솟는 느낌
- 등 통증 혹은 결림
- 불면
이 열한 가지 중에 4가지 이상이 동반된다면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 “담”이 많은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머리가 자주 아프면,
동시에 속이 불편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한 다른 증상들도 동반되는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일로 인식되었죠.
“담은 뭘까?”
이런 증상들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자율신경 실조”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요즘 내가 몸이 너무 안 좋아. 잠도 잘 못 자고 소화도 안되고,
머리 아프면서 속도 뒤집어지고 한없이 피곤하고.)
(근데 내과에서 내시경 해봤더니 위염만 살짝 있고 문제없데.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해서 치료했는데 그건 괜찮아졌다는 데도
다른 증상들이 없어지지를 않아.)
(머리 아프다니까 신경과 가보라고 하고, 속도 안 좋다고 하니까 내과가 보라고 하고,
잠도 못 잔다고 했더니 결국에는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네.)
(안정제를 먹어야 된다는데, 내 주변에 보면 다들 처음에는 안정제로 시작해서
우울증 약 공황장애 약으로. 결국에는 못 끊고 몇 년을 계속 먹어야 되더라고.
그래서 요즘 걱정이 많아.)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주변 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꽤 여러 차례 이런 분들을 뵙습니다.
다들 “똑같이”이야기하세요.
참 심난하실 겁니다.
나는 이렇게 다양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불편한데 그게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잘 못하고, 또는 그것들이 서로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이런 증상 이런 증상 함께 있을 텐데요. 말씀드리면 그게 연관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과에서는 소화불량만, 신경과에서는 두통만.
구분 지어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 몸은 늘 유기적으로 함께 어우러져 작동합니다.
내과 약은 내과 약대로, 신경과 약은 신경과 약대로 먹는 약만 해도 여러 알.
이런 증상들이 원래는 하나의 뿌리였다면.
그래서 한 가지가 없어지면 함께 사라진다면.
이렇게 조각조각 쪼개서 각 부위별로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치료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요?
처음에는 저 모든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차곡차곡 하나하나 더해져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처음에는 피곤하기만 하더니, 머리도 더 자주 아프고 요즘 들어서는 속도 더 안 좋고,
잠을 자도 깊이 못 잔 느낌이 지속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이 답답하고..
그 한 가지 원인을 예전에는 “담”때문이라 불렀고,
요즘은 “자율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고 바꿔 부를 뿐.
결국 이렇게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 좋은 담궐두통은 머리만 혹은 속만 따로 치료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오랫동안 이런 증상으로 고생 중인데 내과 약만 먹고 있었거나
두통약만 먹고 있었다면 열심히 약을 먹어도 안 나았던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이런 두통 내과적인 문제가 동반되면 둘 모두를 아우르는 한 가지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속울렁거림이 동반돼요” 하는 경우는 담궐두통.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긴 거라는 사실 알아두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