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정형외과 엑스레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

오늘 아침 젊은 환자분이 한분 찾아오셨습니다.

작년 말 심하게 넘어진 이후로 생긴 목 허리와 손발의 통증과 저림이 주증상입니다.

처음에는 갈비뼈의 골절도 있으셨다니 온 몸이 아픈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이후 5개월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아프고 저린 부분은 가시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걱정이 됩니다.

부러졌던 갈비뼈야 6주뒤에 모두 붙었고,

목, 등, 허리, 골반, 고관절까지 모든 부위에 MRI를 모두 찍어 봤는데 결과는 “이상 없음”입니다.

나는 아파죽겠는데 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해서 내가 이상이 없는건 아니잖아요.

부러진 갈비뼈도 다 붙었고, 심지어 정밀검사라는 MRI결과에서는

디스크도 아니고 이상이 없다는데 왜 계속 아픈걸까요?

제가 드린 대답은 이렇습니다.

손저림 다리저림이 나타나면 x-ray던 MRI나 CT던 검사를 해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7년간 허리 통증으로 대학병원까지 정말 안받아본 치료가 없다며

지방에서 찾아오신 분의 MRI입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MRI사진만 보면 흠….

진단상으로는 디스크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건강한 편이기 까지 합니다.

디스크가 있는 MRI사진은 위 사진 처럼 검은 색의 디스크와

붉은 동그라미 처럼 척추뼈 밖으로 밀려나온 형태입니다.

디스크 자체가 검게 변했다는 것은 디스크에 수분이 빠져나가서 “딱딱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검게 변한 디스크는 꽤나 오랜동안 퇴행성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디스크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7년이나 허리가 심하게 아파왔다는 이분은 디스크가 아직 흰색을 띕니다.

디스크내에 수분이 촉촉히 있는 상태로 아직은 퇴행도 그닥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무려 7년이나 일상이 위협받을 정도로 허리가 아파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MRI 결과로는 그저 정상적인 허리일 뿐인 셈입니다.

영상 진단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인가?

아니요.

저야 말로 한의사로써는 다른 사람들보다 영상진단과 무척 친한 사람입니다.

오랜 기간 양한방병원에 근무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에 영상진단을 해온 사람입니다.

국내 한의사들 중 몇 안되는 미국의료초음파사 자격자 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저만큼 정밀검사결과를 많이 보고, 다뤄본 한의사는 별로 없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영상진단이 모든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내 앞에 있는 환자의 증상에 대한 데이터는 환자의 몸에 대다수 있습니다.

모니터속에 띄워진 X-ray MRI CT 영상 진단속의 데이터는 모니터 밖에 내 앞에 실제로 앉아 있는 환자의 몸에 있는 데이터 중 일부일 뿐입니다.

특히나 척추, 관절 통증 질환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니터속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전에 환자의 몸을 직접적으로 만져보고,

아픔이 유발되는 자세를 취하게 해보고, 동작을 시켜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허리가 아픈데, 정작 허리 한번 만져보지 않는 진료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증명사진을 보고 그 사람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제가 직원들 면접을 보면요. 일단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유심히 봅니다.

그리고 유추를 해보는 거에요.

고집이 있어보인다. 끈기가 있어 보인다. 온화해 보인다. 등등…

그런데요.

실제로 면접을 보고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면 “증명사진”으로 봤던 나의 유추가 맞을 때도

있지만 잘 맞지않는 경우가 더 많죠.

영상진단은 증명사진입니다.

증명사진속 인물을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수 있을까요?

직접 만나서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이력서의 증명사진으로

그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엑스레이 엠알아이가 말해주는 결과에는 귀기울이면서

내 몸의 직접적인 데이터는 소홀히 하는 걸까요?

그럼 내 통증은 어디서 온다는 것인가?

영상 진단과 매칭이 되는 증상과 질환들이 있습니다.

환자를 의사가 직접 움직이도록 시켜보거나, 아픈 부위를 찾아 눌러보지 않아도,

해당 부위에 연관된 인체 부위들을 테스트해보지 않아도

그냥 영상진단에서 딱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골절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아 . 엑스레이를 보니 뼈가 부러졌네요. 그래서 아픈거군요.

그런데 때로는 부러진 뼈가 모조리 붙고 나서도 몇몇달을 통증으로 고생하기도 합니다.

아. 엑스레이를 보니 뼈가 다 붙었군요. 그런데 도대체 왜 아플까요?

산본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 엠알아이를 찍어보면 뼈와 디스크는 잘 보이지만

여기서 보이지 않는 한가지가 있는데요.

그건 바로 “근육”입니다.

우리 인체를 뒤덮고 있는 가장 큰 조직중 하나죠.

디스크, 저림, 척추관절 질환의 통증 중 사실 상당수가 근육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합니다.

엑스레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받고 있는 셈입니다.

검사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편감이라면, 혹은 검사상에는 명확해도

그대로 치료해도 낫지 않는 불편감이라면.

이제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요소를 살펴봐야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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